HMG저널 <2019.07월호>, 매운 맛 그 이상의 마라(麻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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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그 이상의 마라(麻辣),
정통 사천요리 레스토랑 파불라
얼얼하고 매운맛을 넘어 중독성 있는 마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파불라를 찾았습니다.
2019/07/09 현대카드 홈페이지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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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고추기름이 들어가는 사천 요리인 부처우육편입니다 (사진제공. 파불라)
마라는 매운맛을 내는 중국 사천지방 향신료로 ‘저릴 마(麻), 매울 라(辣)’이라는 한자를 씁니다. 혀가 저릴 정도의 맵고 얼얼한 맛이란 뜻입니다. 이 맛을 내는 대표적인 향신료는 ‘화자오(花椒)’인데요. 화자오의 매운맛을 처음 경험한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던 고추의 확 타오르는 듯한 매운맛과는 달리 입안을 짜릿하게 만드는 생경한 감각 덕분입니다.
화자오를 비롯해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만든 마라 소스와 다양한 재료들을 넣은 국물 요리인 마라탕, 마라 소스에 재료를 볶아 만든 마라샹궈 등이 대표적인 마라 요리로 요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중국 사천 지방의 청두에 가면 길에서부터 이 마라 향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광시 사람은 맵지만 괜찮다고 하고, 후난 사람은 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천 사람은 맵지 않을까 봐 두렵다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하죠.
하지만 마라만이 사천의 맛은 아닙니다. 사천지방은 예로부터 물자와 자원이 풍부해 하늘이 내린 땅이라는 의미의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고 불렸습니다. “음식은 중국에 있고, 맛은 사천에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천요리에도 수많은 갈래가 존재합니다. 서울에서도 다양한 사천요리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매운맛 그 이상의 매운맛을 선보이는 파불라입니다.
사천요리의 7가지 갈래
파불라에서는 사천의 일곱 가지 맛을 담은 요리들을 선보입니다 (사진제공. 파불라)
일반적인 음식에 다섯 가지 맛이 있다고 하지요. 사천 음식에는 일곱 가지 맛이 있습니다. 사천 음식은 맵다고만 생각하지만, 사실은 시고, 맵고, 달고, 고소하고, 얼얼하고, 짜고, 쓴맛이 모두 층층이 쌓여야 비로소 진정한 사천의 맛이 됩니다. ‘맵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라는 파불라의 이름 그대로 거침없이 다가오는 사천의 맛과 향취 앞에서는 누구도 반하지 않을 수 없죠.
중국 현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사천 지방 출신 세 명의 베테랑이 파불라의 주방을 책임집니다. 주방장 쉬빙, 부주방장 수리창, 수석 요리사 췌사오용은 파불라를 열기 전, 2년간 사천을 수십 번 오가며 한국에 어울릴 만한 요리만을 선별했고, 파불라의 메뉴를 구성했습니다.
파불라가 선보이는 정통 사천요리
파불라의 대표 요리인 차나무 버섯 볶음은 씹을수록 느껴지는 얼얼함이 특징입니다
메뉴에는 청초 농어 찜, 산니백육 등 사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리지만 한국에는 알려져 있지 않은 요리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차나무 버섯 볶음입니다. 차나무에서 자라는 차나무 버섯을 돼지고기, 피망, 화자오 기름을 넣어 기름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해 볶아내는 요리로 오직 파불라에서만 만나볼 수 있지요.
매운맛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 모양새지만, 무심코 한 젓가락을 집었다간 물을 찾게 될지 모릅니다.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인 차나무버섯에는 화자오의 알싸한 맛이 가득 배어있습니다. 아삭한 피망과 고소한 돼지고기가 더해져 얼얼하고 매운맛에도 불구하고 젓가락을 멈출 수 없습니다.
반전 매력이 있는 사천요리 청초어입니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청초어도 부드럽고 순진한 모양새와는 달리 강렬한 매운맛이 매력적입니다. 사골 육수에 청고추를 우려낸 청고추탕에 화자오와 메기살을 함께 끓여내 알싸하면서도 시원한 육수의 맛이 돋보입니다.
여기에 애호박의 달큰한 맛이 더해지면 매운맛 사이를 돌아다니며 혀를 안정시켜줍니다. 시원한 맛의 육수를 즐기다 보면 땀방울이 송송 흐르는데요. 여름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이열치열의 의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은 좋은 술과 함께
파불라에서 선보이는 비프 마라샹궈는 백주와 잘 어울립니다
중국 음식을 맛볼 때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사천요리에는 당연하게도 사천 지방에서 생산되는 백주가 잘 어울립니다. ‘백년 노주노교’는 진득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라 매운 음식들과 궁합이 좋습니다. 파불라에서 백주와 더불어 추천하는 예상외의 술도 있는데요. 바로 화이트 와인입니다.
“뜨거운 열을 식혀주는 맥주도, 달콤한 향의 백주도 좋지만 의외로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특히 샤르도네 계열의 화이트 와인은 특유의 상쾌한 산미로 화자오의 얼얼한 매운맛을 시원하게 눌러 주기 때문입니다.”
모두를 위한 요리
매운 맛이 힘들다면 달콤한 칠리소스를 곁들인 철판 가지 요리는 어떨까요
매운맛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가지에 돼지고기 소스를 얹어 튀겨낸 후 달콤한 칠리소스를 얹은 철판 가지나 흑식초를 넣은 새콤한 해파리냉채, 그리고 볶음밥을 추천합니다. 정식 메뉴에는 없지만 어린이 손님을 위해 짜장면과 망고 크림 새우로 구성된 세트 메뉴가 있습니다. 단, 어린이 세트 메뉴는 하루 전까지 예약해야 맛 볼 수 있습니다.
파불라에서는 모던한 분위기 속에서 사천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일반 중국 음식 전문점과 다른 세련된 인테리어도 파불라의 장점입니다. 내부 곳곳에 배치된 식물, 가게 앞 작은 뜰에 심어진 푸른 나무에 더웠던 마음도 시원해지는데요. 모던한 분위기에서 맛보는 정통 사천요리에 가격대도 합리적인 편이라 비즈니스, 가족 모임 등으로 즐겨 찾는 손님이 많습니다.
마라의 가장 큰 매력, 중독성
민물가재에 특제 소스와 10가지 이상의 향신료를 넣어 만든 마라롱샤입니다 (사진제공. 파불라)
“3년 전 처음으로 한국에 파불라를 선보였을 때는 마라 열풍이 불기 직전이었어요. 파불라가 선보이는 사천의 맛에 당황스러워하는 분들도 많았죠. 특히 화자오의 독특한 얼얼함은 처음 접해본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얼얼한 마라 맛을 즐기기 위해 파불라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아예 마라를 맛보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인기 있는 SNS 게시물을 살펴보면 지금 한국은 ‘마라 열풍’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혹시 여러분도 중독적인 매운맛, 마라와 사랑에 빠지셨나요? 먼 사천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짜릿한 정통 마라 요리를 즐기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사천요리의 7가지 갈래를 모두 맛볼 수 있는 파불라의 문을 열어보세요. 돌아서면 계속해서 떠오를 사천요리의 진수와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글. 김나영(푸드 칼럼니스트)
요리를 전공하고 푸드 매거진 라망에서 푸드 에디터로 일했습니다. 이후 GQ, 올리브 매거진 등 다양한 매체에 음식과 관련한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